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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칼럼<칼럼> 우리는 어쩌다 쓰러진 여성을 도와주지 않게 됐는가





누군가 내 눈앞에서 사람이 쓰러진다면 어떡할까? 우리는 본능적으로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 호흡과 심박수를 확인하고 119를 부른 후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기 위해 심폐소생술을 취할 것이다. 학700px교에서도 그리 해야 한다고 배워왔다. 하지만 2018년 4월 대법원 2017두74702 판결로 “성인지 감수성”이란 개념이 탄생하면서 사회적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 선의로 남을 돕고자 했던 행동이 “강제추행”이라는 형사고소와 손해배상 소송으로 돌아오는 경우가 적지 않게 발생했기 때문이다.


실무에서도 성범죄 피의자로 고소당하면 우선 사회적 낙인이 찍힌다. 직장에서는 물론이고 담당 경찰관도 우선 남자를 의심의 눈초리로 매섭게 몰아붙인다. 정말 성범죄를 저지른 사람이라면 마땅히 처벌받아야겠지만, 경찰-검찰-법원 모두 성범죄에서 피해자의 진술만으로 유죄를 인정하고 실형을 선고하니 억울한 사람도 적지 않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더군다나 성범죄는 초범이어도 피해자의 합의와 용서가 없으면 사실상 90%는 구속되니, 당장 억울해도 구속을 면하기 위해서 어쩔수 없이 혐의를 인정하고 수천만원, 수억원의 합의금을 내는 경우도 종종 있다. 간혹 잘못한게 없는 것으로 밝혀져도 오랜기간 경찰서와 검찰청 그리고 법원을 다니며 마음고생한 시간과 정신적 고통은 보상받지 못한다. 무고당한 것으로 밝혀져도 거짓 신고한 사람에 대한 처벌은 성범죄로 유죄가 선고되는 경우보다 훨씬 약한 것이 일반적이다.

 

법조계 분위기가 이렇다보니 사회에서는 눈앞에서 여성이 쓰러져도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선뜻 나서지 못했다는 기사까지 나오게 됐다. 이게 과연 우리 사회가 원했던 모습일까?


이런 불합리한 사회적 현상에 대한 숙고의 결과였는지, 대법원은 최근에 2024. 1. 4. 선고 2023도13081 판결을 통해 “①성범죄 피해자 진술에 대하여 성인지적 관점을 유지하여 보더라도, 진술 내용 자체의 합리성·타당성뿐만 아니라 객관적 정황, 다른 경험칙 등에 비추어 증명력을 인정할 수 없는 경우가 있을 수 있으며, ②피해자의 진술만이 유죄의 증거가 되는 경우에는,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하더라도 피고인의 주장은 물론 피고인이 제출한 증거, 피해자 진술 내용의 합리성·타당성, 객관적 정황과 다양한 경험칙 등에 비추어 피해자의 진술만으로 피고인의 주장을 배척하기에 충분할 정도에 이르지 않아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질 수 없게 되었다면,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해야 한다”라고 판시하여, 성인지 감수성을 유지하더라도 무죄추정의 원칙을 준수할 것을 일선 법원들에 요구했다.

 

성범죄의 특성상 객관적 증거가 남기 어렵다보니 이를 담당하는 판사와 검사 그리고 수사관 모두 난처할 것이다. 특히 대법원이 ‘성인지 감수성’을 유지하면서 ‘무죄추정의 원칙’도 지키라고 요구한 지금, 성범죄 사건은 그 어느때보다 고소인과 피의자의 다툼이 격하게 벌어지는 영역이 됐다. 그 어느 때보다 진검 싸움의 영역이 된 것이다.

 

위 대법원 판결이 선고된 이후 전국 법원의 성범죄 사건에서 무죄 인용률이 조금씩이나마 증가하고 있다. 필자 또한 2024. 4. 19. 위 대법원 판례를 활용하고 시기적절한 증거수집과 철저한 법리분석을 담은 의견서를 수차례 제출하는 방법으로 미성년자의 성착취물을 제작하고 유포한 혐의로 재판받는 피고인을 도와 끝내 무죄를 받아냈다. 수사단계부터 재판까지 3년 동안 억울함을 호소한 의뢰인이었고, 해당 사건에 배정된 필자를 비롯해 다른 담당변호사들 모두 의뢰인의 억울함에 공감하고 있었기에 “피고인은 무죄”라는 선고에 다들 오랜 고생이 보상받는 느낌이었다. 부디 이번 대법원 판례로 누구든지 쓰러진 여성에게 고민없이 도움의 손길을 건네고 감사받을 수 있는 세상이 오기를 고대해본다.